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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yr.dev

2022년의 책

Books19 min read

1)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1/1)

몇 년 전 한해 최고의 책으로 꼽았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의 저자 중 황선우 작가의 책. 2021년 12월에 나와 아주 연말에 야금야금 읽었는데 오늘 비로소 다 읽었다. 일하는 여성, 그냥 여성이라면 모두 일독을 권한다. 차별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지도 몇 년 되었는데, 부드럽게 머리를 톡 때리는 구절들이 몇 있었다. 

내 거절을 산뜻하게 받아들이고 답을 주는 사람과는 얼마든지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 '끝에서 시작되는 기회'

가사노동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며, 생산성을 높이는 재생산이다. 사소하거나 하찮게 취급되지만 그 사소함이야말로 우리를 살게 한다.- '1인분의 노동 뒤에는 1인분의 가사노동이'

작년에 스우파를 꽤 열심히 봤다. 그리고 다양한 리더십의 모습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보기도 했다. 여성의 리더십이 이렇게나 개인별로 다른데, 왜 '여성적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하나의 리더십을 기대할까?

시대를 잘 타고났다. 한발 앞장서서 너는 이러지 말라고, 삶과 건강, 사람과의 관계, 적절한 거절의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잡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 이런 메시지가 본인에게 잘 맞으면 유튜브 <듣똑라> 채널의 <솔로1집> 콘텐츠도 가볍게 잘 맞으리라 생각한다.

2) 타이탄의 도구들 (1/11)

작년의 첫 책. 재독했다. [[2021-books]] 아침에 책을 읽을 때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 여러 사람의 습관을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유용했던 것 같아서. e book에서 현물 책으로 구매하면서 그 책 좋으냐는 물음을 들어서 좀 더 얘기해 본다.

구성은

  •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

  •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의 비밀

  •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의 비밀

로 되어있다.

습관화와 머리를 맑게 해주는 생산성 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모닝 루틴과 아침 일기'다.

특히 모닝 루틴은 책의 가장 앞에 있다는 상징성을 갖기도 하는데 ... 모닝 루틴과 미라클 모닝에 지쳤어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더 기쁜 소식은 타이탄들 또한 이 5가지를 모두 하는 날이 1년 중 30퍼센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타이탄들은 모두 최소한 매일 한 가지 이상은 해치운다는 것이다. - '승리하는 아침을 만드는 5가지 의식'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침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일기는 정신을 닦아주는 와이퍼다. 혼란한 생각들을 일기에 적어놓기만 해도, 좀 더 맑은 눈으로 하루를 마주할 수 있다.

재독 ing

3)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1/17)

알라딘에 갔다가 홀린 듯이 집어온 책. 아마 깨깨오 기획자-개발자 부부셨던 것 같은데, FIRE 개념에 고소득 IT 업계 일반인 ... 이라는 조합이 인상적이어서 읽게 되었다. FIRE 의 개념을 알고 접근한 게 아니라 은퇴라는 원하는 목표가 있고, 그에 맞춰 설계하다 보니 삶이 FIRE 로 가게 된 케이스로 느껴졌다.

비록 회사 생활한 지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특히나 회사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 책도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추천. 요는 정확한 계획과 절약하는 소비습관, (애초에 없으면 더 좋은) 적은 물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4) 프로그래머의 뇌 (2/16)

많이 돌아왔다. 최근 IT 서적을 거의 요약정리하듯이 한 글들은 저작권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스터디했던 글들을 모두 개인 저장소로 옮겼다. 이 일의 시작은 프로그래머의 뇌 였다. 여러 부분 공감되어 정리를 하고 싶은데, 그러다 보니 또 전체를 요약하고 있더라.... 인상적인 구절과 기억해야 할만한 키워드를 옮겨본다.

  • 표식, 청크, STM, LTM, 워킹 메모리

  • 학습시간 : "간격을 두고 반복할 수록 망각곡선에서 벗어난다. 8주 간격, 26회, 76% 잔존"

  • 기억 강화 테크닉

  • 인출 연습(일부러 기억)

  • 정교화 (기존 지식에 연결)

  • 능동적 기억 의도만으로 강화된다.

  • "스키마" : 사고/ 생각이 조직된 방식

  • 기억 보조 수단 사용하기

  • 디지털 주석

  • 의존 그래프 만들기

  • 사람들은 어떻게 코드를 읽나

  • 활성화 (지식) / 모니터링 (이해한 걸 기록) / 중요도 결정 / 추론 (변수명, 구조의 의미 파악) / 시각화 / 질문 / 요약

코드 베이스 역시 비즈니스 영역과의 매핑 근접성이 좋을 수 있다. 대상 도메인의 개념과 단어를 사용하는 코드 베이스는,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코드 베이스보다 대체로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executyQuery() 라는 메서드는 findCustomers() 보다 매핑 근접성이 낮다. p.214

필자는 지난 몇 달 사이에 독자들이 무언가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사실 꽤 쉽다.", "사소한 것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들 중 많은 경우 자신도 습득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 지식이나 기술일지도 모른다. "와, 쉽네!" 라고 말하는 순간 전문가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적응 지원 과정을 더 쉽게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일은 배우는 사람에게는 그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 이상적으로 초보자가 뭔가 이해하려고 할 때 따르는 의미적 파동 : 추상적 -> 구체적 -> 추상적 (이를 unpacking - packing 이라고도 함)

  • (...) 배운 것 중 하나는 혼란과 인지적으로 압도당하는 느낌은 괜찮은 것이고, 우리 일상과 학습의 일부라는 것이다. (... 이전에는) 복잡한 논문을 읽거나 낯선 코드를 탐구할 만큼 똑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에게 화가 나곤 했다. 이제 필자는 자신에게 더 관대하게 "음, 어쩌면 뇌가 너무 큰 인지 부하를 겪고 있나봐" 라고 말할 수 있다. - 작가의 말

5)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2/17)

겨울 서점의 영상 중 가장 막무가내였던 추천을 달고 있는 책. 최대한 이에 대한 정보를 얻지 않고 보는 것 이 가장 좋다는 단서조항과 함께 이 책을 샀다.

택배 파업으로 비파업지역에 대리 배송하면서, 개발 서적에 질려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이틀 정도에 나눠 읽었는데, 나는 그것도 좋은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서평 뒤에 책을 읽게 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말을 줄이고 싶다. 책 표지에서 얻을 수 있는 아리송한 문구들은 실은 이 책을 최대한 잘 갈무리한 문구였다는 점을, 찬사의 서평을 남긴 사람들도 그리고 겨울 서점의 영상도(ㅋㅋ)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

과학과 전기와 역사와... 또 어떤 면에서는 자기 계발서의 면모를 읽어낼 수 있었다. 갈구하던 질문에 대해서 다른 시사점을 던져준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 책 표지

"다른 세계는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 - W.B Yeats

6) 언캐니 밸리 by 애나 위너 (2/24) 

꽤 따갑다. 애나 위너는 실리콘밸리 속에 존재했던 비-엔지니어 노동자로 이전에는 뉴욕의 출판업계 베이스가 있는 저자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로 이직하면서 그 내부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애나 위너의 실리콘밸리 내 마지막 정착지는 바로 그 github 이기도 하다.

테크 업계의 공기와 문화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 않는, 그리고 어쩌면 그 반대점에 서있던 사람이 보는 테크 업계의 단면은 씁쓸하다. 자기 기만적이기도 하고. 여성 / 엔지니어 / 동양계 로서는 백인 여성 / 비 엔지니어 / 실리콘 밸리 이 조합의 저자가 보는 세계에 동의하기도, 동의하지도 않기도 하면서 내내 감정의 파도타기를 겪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주인공 (이자 저자) 를 옹호하기도, 반대할 수도, 없는 실존하는 입체적인 사람.

운이 좋다 라고만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일하지 않고도 현재의 (엔지니어 한정) 테크 업계가 고연봉을 받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때때로 나를 목을 조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기분도 잘 표현되어 있다.

가끔은 테크 업계 노동자들끼리 마음의 짐을 나눠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클라우드에만 존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지원하는 사람들끼리는 더욱 그랬다. 지식 노동이 주는 허무함이야 잘 알려져 있었지만, 테크 노동이 주는 감정은 그것과 또 달랐다.

내가 짊어진 마음의 짐은, 1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면서 사실상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20대 후반에 들어서부터 나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학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할 때 실명을 감춘 지 오래였다. 외부와 연락할 때는 일부러 남자 이름을 썼다. (...) 내가 남자 이름을 고른 이유는, 맡은 일이 민감하기도 할뿐더러 악의적인 사람들에게 잘못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 내 진짜 모습은 제거해버리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남자들은 남자들에게 다르게 반응했다. 남자 이름은 실제의 나보다 더 큰 권위를 행사했다.

7)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by 데일 카네기 (3/8)

원제는 How to Stop Worring and Start Living 이다. 제목에 맞게, 책의 많은 부분을 걱정을 멈추는데 할애한다. 저자가 1888년 생의 미국인이라, 기도의 힘 + 종교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당신이 만약 무신론자라면~' 이라는 가정을 붙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한다. 책 날개에 자기 계발서의 고전이라고 쓴 만큼, 다른 곳에서 많이 변주된 주제여서 당연한 소리를 하네~~ 싶을 수도 있다 싶다. 내놓은 크리스천 (ㅋㅋ) 인 나는 좋은 부분이 좀 있어서 옮겨 적어본다. readwise 에도 넣어야지.

"인간이 삶에서 조금이라도 기쁨을 얻고 싶다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롭게 만들겠다고 생각하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중략) 마찬가지로 기도와 종교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종교가 가져다. 주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걱정이 많고 불안하다면 하느님께 의지해 보라. 이마누엘 칸트가 한 말처럼 "하느님을 믿는 게 어떨까? 우리에게는 그런 믿음이 필요하니 말이다." 지금 자신을 우주를 움직이는 무한한 동력과 연결해 보면 어떨까? p.247

기도는 생각보다 훨씬 유익하다. 기도는 '실제적' 이기 때문이다. (중략) 첫째, 기도는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를 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중략) 둘째, 기도는 짐을 혼자 진 것이 아니라 나눈다는 느낌을 준다. (중략) 셋째, 기도는 행동이라는 적극적인 원리를 실천하게 만든다. 그러니 기도는 행동의 첫걸음이다. 어떤 일을 이루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한다면 기도의 덕을 보게 되어있다.

비판을 받아도 걱정하지 않는 법 1 부당한 비판은 칭찬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죽은 개를 걷어차는 사람은 없다.

그는 피로를 풀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피로를 '예방' 했기 때문이다. 자주 휴식을 취한 덕에 그는 건강하고 활기찬 상태로 자정이 한참 넘어서까지 일할 수 있었다. p.273-4

사무직 노동자들은 어떤 감정적 요인 때문에 피곤을 느끼는 것일까? 기쁨일까? 아니면 만족일까? 절대 아니다. 권태, 울화,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 자괴감, 서두름, 불안, 걱정 같은 것들이 그들을 탈진하게 하고 감기를 달고 살게 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신경성 두통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감정적 요인이다.

조슬린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열심히 노력한다는 기분이 들어야 고된 노동을 했다고 생각하며, 그렇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중략) 이런 신경성 피로의 해답은 무엇일까? 휴식! 휴식! 오직 휴식 뿐이다.

8) 비커밍 by 미셸 오바마 (3/29)

18년에 나온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상당히 두꺼운 걸 알고 있어서 많이 미루다가 추천의 글을 한번 더 보고 읽게 되었다. 많은 인물이 나오고 본인의 50년 인생을 쓰는 건데도 구체적이면서 재밌다고 느꼈는데, 번역의 힘도 큰 것 같다. 그래서 번역가를 보니 아니 KMN 법의 김명남 님.

아무튼 미셸 오바마 개인을 매우 존경하게 되었다. 그녀가 하버드를 나와서도, 퍼스트레이디로서 행보해서도 아닌 그냥 솔직하면서 친근한 개인인 점에서. 그런 상황에서도 나아갈 길을 찾아냈고, 원하는 걸 명확히 알았고, 해낸 길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거대한 소명을 가진 배우자와 가정을 운영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본인의 성격이 꼼꼼하고, 차근차근 목적을 이뤄내고, 안정된 가족을 갖고 ...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의 행보에 책임을 졌다. 뿐만 아니라 당장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최선이면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오히려 나온 시점에서 보지 않고, 딱 이 시점에서 보게 되어서 나에게 정말 좋았던 책. 남의 바이오그래피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지 몰랐으나... 책을 읽으면서도 많은 부분 공감했다.

이것은 이후에도 평생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줄 습관의 시작이었다. 친밀하고 활기찬 여자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럼으로써 여자들의 지혜라는 안전한 항구를 확보해두는 것.

하지만 3년 동안 휘트니 영에서 야심만만 한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덕분에, 나는 내가 그 이상이라는 걸 알았다. 한 사람의 의견이 나에 대한 나 자신의 평가를 무너뜨리도록 놓아두진 않을 터였다.

그가 강인한 어머니와 원만하게 지낸다는 것은 여성과 그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뜻이었다. 그가 자신만의 목표와 목소리를 지닌 배우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메이 타일러 무어처럼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드는 독립적이고 열정적인 직업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안정되고 희생적이고 겉보기에는 단조로운 듯 평범한 아내 및 어머니 역할에도 끌렸다.

우리는 카트리나의 참상을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특권적인 위치에서 지켜보았다. (...)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나 주거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그럭저럭 꾸려나가는 것과 망하는 것의 경계는 늘 아슬아슬했다. (...) 요컨대 우리는 우리가 어처구니없을 만큼 운이 좋다는 사실을 잘 알았으며, 따라서 우리끼리 안주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이제야 깨달았지만, 내가 요구하기 전에는 아무도 나를 돌아보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결정에는 희생이 따랐다. 나는 영적 공동체의 온기가 그리웠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고개를 돌리면, 눈을 감은 채 조용히 기도하는 버락이 보였다.

너는 중요한 존재야. 이 단순한 메시지를 꾸준히 들려주는 부모님과 선생님과 멘토가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그리고 이제 어른이 된 나도 다음 세대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 내가 만나는 다른 모든 청소년과 청년에게도 그 메시지를 전할 생각이었다. (...) "여러분 모두 자신이 여기 속할 만한 사람이라고 믿길 바랍니다."

(...) 바로 낙관주의다. 내게 낙관주의는 일종의 신념이자 두려움에 대한 해독제다. 낙관주의는 우리 가족이 살던 유클리드가의 작은 집을 지배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그것을 보았다. (...) 나는 어머니에게서도 그것을 보았다. (...) 우리 가족이 공인으로서 모든 것이 공개된 삶을 살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안전과 행복을 둘 다 지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품게 해주었다.

9)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4/4)

20년 된 로버트 기요사키의 금융계 기본서.. 라고 불리는 책이다. 본가에 정말 십 년 넘게 있었지만 초반에 나오는 '부자아빠' 에게 가르침 받는 에피소드만 보고 덮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나는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뒤쪽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다분히, 기요사키가 시장과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너무 맹신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기도 하다. 끊임없이 '가난한 아빠' 로 대표되는 그룹을 모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모욕처럼 들리기도 하는걸?

아무튼 그래도 건질 사항들은 있으니, 대표적으로 소득 , 지출, 자산, 부채가 표현되는 그림이 그것이다.

해당 그림은 구글에 치면 많이 나온다. 요는, 월급생활자 혹은 self-employed (자영업, 프리랜서들) 의 현금흐름은 노동 소득이 그대로 부채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부자들은 일하지 않고, 자산이 수입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소득/지출 그리고 자산/부채의 두 변이 다르게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요사키가 전반적으로 주장하는 점이 월급 생활 / 자영업을 벗어나 시스템을 만들고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도록 창업하라, 투자하라 라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20년 전에는 더욱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적었으니, 이런 말이 센세이셔널 했다고 본다. 최근판은 장마다 기요사키의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공부하는 파트가 있는데... 이 부분이 거부감이 들었다. 🧐

10) 최선의 고통 (6/9)

인간의 행복을 동기 다원주의 (하나의 동기만 있지는 않다는 말)로 바라보는 저서. 결국에는 비슷한 말 반복이 아닌가 싶은데 어쨌든 고통 자체가 삶의 의미와 행복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는 관점을 준다.

삶의 의미와 행복은 다른 개념인데, 행복과 의미는 함께 갈 수도, 행복하지만 의미는 없을 수도, 의미는 있지만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책에서 인용한 스티븐 핑커를 다시 인용한다.

 우리는 건강하고, 잘 먹고, 편안하고, 안전하고, 즐겁고, 많이 알고, 타인들에게 존중받고, 독신이 아니고, 사랑받을 때 더 행복하다. 반대되는 경우와 달리  노력의 목표들은 생식에 도움이 된다. 행복은 뇌가 다윈주의적 적합성의 핵심 요소를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기능을 한다. 우리는 불행할 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얻으려 노력한다. 또한 우리는 행복할 때 그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진화의 목표 (쾌락주의적, 생식에 도움이 되는 방향)은 인간인 우리의 목표가 단연코 아니다. 우리는 불만스러운 소크라테스(관찰자)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기는 행복한 돼지(경험자) 를 계속 운용하면서 살며, 비중을 다르게 함에 따라서 행복과 불만족이 같이 간다. 하지만 행복이 하루 24시간 있는 삶을 산다고 해서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관찰자를 계속 유지하며 살면 평범한 인간인 우리는 미쳐버릴 것이다.

다른 요소에 대한 관점을 인용한다. 이 부분은 노력에 대한 인용이다.

노력은 몸과 영혼을 힘들게 한다. 노력이 들어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불안, 스트레스, 좌절 등 온갖 나쁜 것들에 시달린다고 토로한다. 실험실에서 피실험자들에게 노력이 들어가는 과제를 시키면 대개 혈압 상승, 땀 분비, 동공 확장이 일어난다. p.182

... 피로를 느끼는 현상은 자원이 줄어드는 현상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보다 커지는 기회비용이 핵심이다. 힘들다는 느낌은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더 나은 일이 있다는 신호다. 이 이론은 일부 활동만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은 힘들지 않다 (... 중략 ...) 상자를 옮기거나 머릿속에서 숫자를 더하는 일과 비교해 보라. 이런 일들은 힘들다. (... 중략 ...) 노력에 따른 피로는 포모 (FOMO, Fear of Missing Out) 즉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에 대한 신경적 반응이다. p.193

(... 중략) 나는 특정한 유형의 노력이 근본적으로 우리를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결과와 무관하게 적절한 정도의 고생에서 깊은 만족감을 얻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p.193

무엇이 어떤 활동들을 최소 노력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로 만드는 걸까? (.. 중략) 한 가지 대답은 놀이나 게임으로 볼 때 노력이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 중략...) 다만 이 부분은 다른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p.200

11) 시간을 찾아드립니다 (7/13)

시간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간을 만들어내고' '시간을 발견하는' 법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물론 왜 시간 빈곤에 허덕이게 되는지, 그런 덫이 뭐가 있고 그럴 때 어떤 선택을 권장하는지에 대해도 이야기함.

시간의 덫 중에서 다시 한번 생각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스마트 기기의 역설 이다.

별로 해롭지 않아 보이는 사건 몇 개가 여가 시간의 10퍼센트를 앗아간다. (.. 중략..) 두 번째로, 시간 부스러기는 우리의 여가시간을 파편화한다. 여가를 방해하는 사건들은 무작위로 분포할 가능성이 높다. (.. 중략..) 이 모든 경우에 1시간의 여가는 작은 덩어리들로 쪼개진다. 어떤 덩어리는 5,6분만 지속된다.

시간의 덫 중 인상 깊은 거 하나 더 꼽으면 게으름 혐오

태생적으로 인간은 게으름을 피우는 존재가 아니다. (...) 다수의 학생들은 혼자 사색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약한 전기 충격을 받는 쪽을 선택했다. (...) 스마트 기기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각에 갇히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도구지만 사실은 스트레스와 시간 빈곤을 증가 시키는 덫이기도 하다. 스마트 기기에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의 뇌가 피로를 회복하지 못해서 스트레스 수치가 높게 유지된다.

시간을 어떻게 만들고 발견할 수 있을까?

  •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 기록하라.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것,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들, 다 파악해라

  • 시간을 외주화 해라. 가장 싫어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에 대해서 돈 아까워하지 마라.

  •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

  • 게으른 시간을 계획해서 여유를 둬라

  • 가짜 긴급사태를 의식해라

주르륵, 읽을 때는 그래 당연한 말이지 싶은데 하나하나 목차를 보면서 다시 적으려니 새롭긴하네. 가볍게 일독해도 좋겠다.

12)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7/15)

'곽재식의 기후 시민수업'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기후위기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지구 온난화' 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가 등장했던 순간과, 14년 정도부터 그것은 가짜다 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처음 사회과교과서에서 환경 이슈가 등장할 때 그리고 그것이 가짜다라고 했을 때 - 그리고 아주 최근까지도 나는 환경이슈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요 몇년 사이 세차게 내리는 비가 홍수를 이루는 일이 잦아졌다. 그 전에는 비가 절대 오지 않을 것처럼 가뭄이 들었다. 산불 뉴스가 겨울이 아니라 봄에도 가을에도 눈에 들어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후위기는 재앙의 형태로 선명하게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홍수를 견딜 수 없는 상황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았고, 가뭄으로 생계를 잃고 산불로 사람을 잃는 일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기후위기를 뼈저리게 마주하는 것은 사회 최약층이다.

알량한 동정이 아니라 실존적인 위협때문에 나는 환경 이슈가 궁금했다. 당장 하고 있는 생계를 놓으면, 주거사다리에서 탈락하면, 건강을 게을리 하거나 하면 당장이라도 기후위기에 잡아먹힐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었다.

이 책은 왜 기후위기가 발생하는 지, 역사는 어떻게 됐는지, 왜 프레온 가스를 사용금지한 것 처럼 간단하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없는지, 그에는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말해준다. 그걸 다 읽고 나면 매우 답답한 기분이 든다. 꼬일대로 꼬여버린 악순환고리.

그 다음장에서는 우리의 삶 전반을 운영하고 있는 '전기'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있다면 문제는 무언지, 그리고 '수소' 로 동력을 변경하는 것과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이걸 읽고 나면 현재의 전기차 수소차 이야기가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마냥 전기차를 쓴다고 친환경이 아니라는 점도.

마지막, '기후변화 시민 수업' 에서는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나와있다. 기후위기는 변경하기 매우 어려운 흐름이고, 개개인 시민의 노력이 아주 작고 힘들지만 또한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섯번의 대멸종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는 위험하지만 미묘한 변화였다. 그런 미묘한 차이를 증명하고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는 것은 꽤 좋은 발상이다.

  • 수력
    • 큰 공간과 물 이슈
    • 전기 저장 이슈 - 양수발전
    • 생산력이 적다
  • 태양광
    • 넓은 공간 (수력보단 나은 위치 제한)
    • 밤에는? 또다시 전기를 저장하는 이슈
    • 생산력이 적다
  • 풍력
    • 바람이 잘 드는 공간에만 가능 (수력보단 나은 위치 제한)
    • 생산력이 적다
    • 저장이슈, 터빈 관리 어렵
  • 지열발전
    • 증기
    • 지진의 위험성
  • 조류발전
    • 울돌목 조류발전소
    • 공사 어렵, 비용 많이 듬, 생산력 딸림
  • 바이오연료
    • 키우는 동안 이산화탄소 줄임
    • 연소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니까 이산화탄소 다시 +

전기로 가는 자동차는 (...) 차 안에 연료를 태우는 장치가 없다. (..)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배터리에 충전하는 전기는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다.

  • 전기차는 전기 배터리 기술이 필수, 그 용량때문에 멀리 달리기 어려움
  •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서 전기로 바꾸는 방식, 수소는 보관가능한 기체, 가볍기도 함
    • 그런데 수소는 어디서?
    • 비용이 많이 듬

이산화탄소 감축 기술, 탄소 저감기술이다.

  • 이산화탄소를 어디다 보관할까?
    • 저장할 이산화탄소에 비해서 저장탱크가 너무 비싸고 귀한 장치
    • 땅에 묻기 <- 언젠가 나옴.
  • 애초에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곳에 필터를 붙이는 방법
    • 주로 화력발전소에
  • 이산화탄소로 돈을 벌 순 없을까
    • 탄산음료
    • 플라스틱 만들기
  • 나무 - 10억년 역사의 탄소 저감 장치
    • 더워지면 - 나무가 많아짐 - 다시 이산화탄소를 반대로 줄여주는, 음의 되먹임 가능
    • 이산화탄소 + 엽록소 (w/ 마그네슘) + 빛 -> 당분.

나는 이렇게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 기후 변화에 대한 여러가지 다른 주제에 비해 아직 덜 알려져있다고 생각한다. (...) 이런 방법을 기후변화 적응 이라고 한다.

  • 물길 내기, 벽쌓기, 산사태 위험 측정, 열팽창 대응(선로..)
  • 개인 - 탄소발자국, 목소리내고 참여하게 하기, 정부의 관심사로 확대하기

13) 함께 자라기 - 애자일로 가는 길 (7/31)

새로운 팀에 합류하고 비슷하거나 저연차의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다. 개인의 적응과 실력을 늘리는 것 말고도, 내가 어떤 스탠스와 포지션을 잡아야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 반복됐다. 나는 꼭 저런 사수가 되어야지, 혹은 나는 꼭 저 부분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있었으나, 생각보다 빨리 그 고민을 현실화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생일에 선물받은 함께 자라기가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그 이야기들을 좀 옮겨본다.

'튜토리얼을 읽을 때 뭘 만들지 생각하고 읽는다' (...) 여기에 차이가 있다면, 읽을 때 다음 작성할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튜토리얼을 읽다가도 이 정도면 그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읽기를 멈추고 코딩을 시작합니다. (...) 이런 것을 적극적 읽기 라고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가 S님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빨리 배우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라고 묻지 않았다는 겁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비결은 전문가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 S 님 경우에는, 가장 최근에 익힌 언어가 Go라고 하더군요. 그 언어를 익힌 과정을 시간대별로 짚어가며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암묵적인 의사결정과 상황판단이 무엇이었는지를 추출했습니다.

의료계의 연구를 보면, 전문가가 특정 수술법을 학생에게 가르칠 때, 의료적 지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행동 단계, 의사결정 단계 등 자신이 해당 과제를 수행할 때 사용하는 지식 중 70%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거듭해 나왔습니다. (...) 이걸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 예를 들어, 선생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이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생각하며 자신의 머릿속을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고 분석하는 것이죠. (...) 반대로 학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있다면, 자신과 학생에 대한 분석을 잘하는 선생을 고르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되겠지요. (...) 또 선생의 메타인지를 돕기 위해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풀었는지 그 인지적 과정을 선생에게 알려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팀장은 선의로 팀원들에게 책을 선물합니다. 그런데 팀장과 팀원의 신뢰는 이미 깨져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팀원들은 팀장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 이 신뢰를 사회적 자본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사회 연결망도 사회적 자본의 일종입니다. 사회적 자본이 좋은 사람들은 통상 사회적 기술이 뛰어납니다.

이런 사회적 자본과 관련된 이야기는 최근에 좋은 글이 있었다. https://jojoldu.tistory.com/675 내가 맘 속 멘토로 따르고 있는 박미정님과 향로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는 글. 추천

(복수 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복수 공유는 같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신뢰도 높아지고 성과도 더 좋았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복수 개의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이핑하고 공유했을 경우 팀의 결속이 강화되고 오너십을 느낀다는 연구는 이 외에도 있었습니다. (...) 여러분의 공유는 어떻습니까? 신뢰를 깎아먹는 공유를 하고 계신가요, 신뢰를 쌓아가는 공유를 하고 계신가요?

항상 그렇듯이, 읽고 깨달음을 얻는 것과 그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큰 차이가 있다. 정진해야지.

14) 방금 떠나온 세계 (9/2)

한달만의 기록이다. 김초엽 작가의 가장 최근 소설집으로, 생일선물로 받아냈다 (!). 3개월 내 펴지못하고 있다가 단편들을 야금야금 흡수했다. 김초엽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다른 듯 같다. 같은 듯 다르기도 하다. '뭐야, 또 우주얘기야?' 생각하다가도 허를 찌르는 세계에 당황하면서 홀려들게 된다.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이 소설집의 제목을 '방금 떠나온 세계'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우주적 세계, 그러니까 행성 간의 혹은 은하 간의 세계을 나이브하게 말하는 것만은 아니라 - 이 소설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룰이 있다. 좀 오래 전, 밀리의 서재 에서 발표되었던 '캐빈 방정식'도 이 소설집의 룰 하에 들어간다. 그래서 마지막에 수록된 것이겠지만. 배제되고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 그 이유가 그 세계에서의 장애이든 약함이든, 완전한 타자라는 감각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 - 과 그를 끊임없이 바라보며 때로는 안타까워하기도 때로는 그냥 순응하지, 하며 분노하기도 하는 그 곁의 사람들 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고,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들었다. 건조하게 쓰여져 사실과 증좌를 들이밀며 의견을 이야기하는 비문학보다도, 연달아 이런 문학을 읽고 나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먼지구름 가득했던 그 방을 커다란 빗자루가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다. 어렴풋이 감을 잡게 되고 그 믿음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야할 지.

수록된 소설 모두 재밌다. <최후의 라이오니> <마리의 춤> <로라> <숨그림자> <인지공간> 모두 A라는 방식으로 세상을 자각하는 대다수와 A', 혹은 Z 로 자각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인물을 내세우지만.. 사실 지금 살아가는 현실은, 모두가 말로 글로 소통한다하지만 제각기 다른 생각만을 하며 살아가는, 누구보다 바벨탑의 영향을 받아버린 세계가 아닌가 싶다.

"이곳은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 -숨그림자

15)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거야 (9/5)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 봉현님의 에세이집. 프리랜서 10년차로 루틴한 삶과, 굴곡이 있지만 꾸준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몇년 째 나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기때문에 가볍게 읽었다.

뭘 하든 기대와 충만으로 몸이 근질근질하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청소만 하다가 끝나는 하루도 있꼬, 밥만 두 끼 먹고 끝나는 날도 있다.

그럴수록 시간과 에너지를 잘 분배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에너지야말로 한정되어있으니까. 엉뚱한 일에 써버리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니까.

지난 열흘간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직 내 결정만으로 버리고 채운 것들처럼, 주변 친구들의 변화에 불안해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잘 살고 싶다.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딱히 나쁜 일도 없고 별다른 문제도 없는데 이상하게 이 평화가 불안했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싫어서 어설프게 나마 무슨 일이든 겨우 붙잡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이 완벽하지 않아서 오늘 하루를 포기하고 싶을 때, 정해진 규칙과 루틴을 지켜야한다는 강박에 매달릴 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습관적으로 책망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대충이라도 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래서 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합시다" 정도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력하는 태도 자체를 지켜내며 지난 노력이 헛된 발버둥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내가 이루려고 했던 근본적인 이유, 처음 시작했던 순수함, 나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의 응원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런 것들이 진짜 법칙이다.

내게 맞는 기본이 무엇인지 아는 일은 생활에 안정감을 선사한다. 취향이라기보다 나의 정체성에 더 가까운 것들. 깨끗하고 단정한 옷차림에 개성 있는 가방 혹은 튀는 색깔의 재킷을 툭 걸치거나 날씨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 입는 재미가 쏠쏠하다.

"후회하지 말자,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 라는 문장을 곱씹어본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을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랠프 월도 에머슨

단순하고 평범하기도한 문장들이지만 몇 해 살아오면서 많이들 느꼈던 순간들이 참 들어가 있어서 줄을 많이도 쳤다. 나의 기초를 다잡고 기반을 다지고 천천히 나아가고싶다.

16)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 (9/18)

OKR, OKR 하는데 난 그런거 모르겠고 계획 세우는 건 리더들의 이야기 아닌가.. 싶었는데 OKR를 가장 개인적으로, 목표를 이루는 한 도구로서 잘 말해준 책. 외에도 다정하게 말해주는 페이스 메이커 같은 느낌을 받아서 열심히 줄쳤다.

OKR, 즉 목표와 핵심 결과를 설정하고 난 후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꾸준히 실천을 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구글은 OKR의 진척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일대일 면담을 시시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은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생활 리듬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하지만, 원래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못하던 일을 조금식 더 잘하게 되는 과정은 원래 즐겁다. 자기 계발은 이처럼 스스로 좋아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목표를 언제든지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구축해둔다면 자연스럽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하게 되고, 실행 과정에서 동기가 부여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OKR은 지금의 상황과 내가 가진 자원에 대한 기초적인 분석을 요구한다. 순간적으로 의욕이 솟구쳤다고 해서 무작정 일을 벌이기보다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총 수행 기간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이런 견적을 토대로 OKR의 KR 에 해당하는 핵심 결과를 설정한다.

KR은 다소 야심차게 설정해두는 편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점수가 0.6에서 0.7 정도만 되어도 성공으로 간주하자.

의지력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다.

목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항상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실패를 실천의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열어두고, 실패 가능성을 관리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아웃풋이 쏟아져 나오는 종류의 활동이 아니며, 창작자의 심신 상태나 기분에 따라 작품의 질과 양이 큰 영향을 받는다. (...)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창작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결과물을 일정하게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지킬 하한선도 정하자. 글을 쓸 기분이 아니거나 졸리고 피곤한 날은 딱 3줄만 써도 좋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회사 업무가 개인의 다짐보다 성공 확률이 높은 진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수행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제한된 시간과 인력으로 실행하는 일을 프로젝트라 한다.

첫 번째로 뚜렷한 목표와 핵심 결과를 설정하고, 그다음 두 번째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을 감안해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실천을 습관화하고 네 번째로 꾸준하게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는 회고와 학습이다.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연 초에 재독하면 좋을 것 같다.

17) 퇴근길의 마음 (~12/13)

한동안, 앞서간 일하는 여성들의 글을 계속 읽었다. 그래서 당연한 수순으로 이것도 집어들었는데, 대개 글들이 관통하는 주제가 비슷하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글귀들은 있기에.

불행과 행복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 다른 사람의 평가가 좋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주는 일이 없어도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헤멘 순간들조차 돌아보면 그럴듯한 역사의 일부가 되어있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집안이 어질러져 있고, 뜯지도 않은 택배상자가 쌓여있지는 않나요? 그러면 잠시 일을 멈추고 집 안 정리를 하면서 '내가 요즘 긴장도가 높았구나' 하고 의식적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할 수 있는데 기분이나 컨디션을 이유로 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포기해야 할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알 방법 중 하나는 지금까지 뭘 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 간단하게라도 업무일지를 작성하면 좋다.

슬럼프는 '가능은 하다' 는 뜻이고, 번아웃은 '어떻게 해도 안 된다' 쪽이다.

18) 일놀놀일 (12/??)

워라밸을 목숨같이 지킨다(고 생각하는 나) 지만 정말 일이 노는게 되고, 노는 게 일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산 책. 두명의 필자가 각각 글과 만화로 일과 일상의 단어를 표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쉽게 읽혔다. 공감되는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도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가 대개 감상)

대체로 한번씩 머릿속에서 굴려보기도 한 주제 들이어서 좋았지만, 특별히 몇 가지 좋아하는 단어를 꼽아 다시 읽으며 요약을 쓴다.

규칙

내가 설정한 삶의 규칙들은 내가 찍은 목표로 가는 가이드 역할에 가깝다고 여겨졌다.

내게 리추얼이란, 반복적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의식하고 도입할 수 도 있지만, 좋아해서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자괴감 / 자존감 / 자신감:

누군가의 반짝이는 모습을 봤을 때, 내 안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온다. 자괴감 - 난 왜 저런것도 못하고.. (좌절) 자존감 - 우와, 멋지다! 난 뭘 해볼까나? 자신감 - 나도 저렇게 멋진 거 꼭 만들어야지! 기왕이면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힘차게 움직이는 게 더 건강한 것 아닐까나.

기록

나라는 존재가 여기에 있었음을, 또 머릿속에 점멸하는 생각들이 분명히 존재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쓴다.

나 역시 기록이 일처럼 느껴지는순간에는 애쓰지 않는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그 불씨가 꺼지기 전에 노트든 스마트폰이든 꺼내 든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공간

두 작가는 각각 공간이 주는 감동과 힘에 대해서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어지면서 (실내) 공간이 주는 힘은 더 커진 듯하다. 나는 종종 행복하고 이상적인 나를 그릴 때 완벽히 통제 하에 있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루틴을 하는 좀더 나이든 나를 그리곤 한다. 그 공간은 나에 맞춰져있다. 그런 공간을 찾는 여정 하에 있는 지도 .

스크린 타임

멀티플레이가 잘 안 되는 나의 화두는 늘 '비접속'이었다.

영상 하단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 우리는 우리의 비하인드 씬과 누군가의 하이라이트 씬을 비교한다."

19) 개발자 원칙 (12/26)

너무 좋아하고 따르는 개발자 세 분의 이름만으로도 집어들 가치가 있었던 책. 구체적인 예시로 참 좋았다. 책장에 먼지가 쌓이고 있는 '프로그래머의 삶' 이랑 비슷할까. 좋은, 자신의 동료이자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잘 정제되어 수록되어있다.

동기를 관리할 떄 또 신경 써야하는 것은 에너지 입니다. 일하다 보면 헌신적으로 일하던 분들이 번아웃으로 하고 싶은 일을 더 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봅니다. (...) 동기를 관리하는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도 관리하고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동기는 단순히 있고 없고 하는 것이 아닌 크기가 있는 양입니다.

32비트 리눅스 OS에서 ramfs로 마운트된 디스크에 데이터를 896MB 넘게 저장하면 왜 커널 패닉이 날까? .. 개발을 하며 순간마다 떠오르는 이런 의문들에 대해서 깊이 아는 것이 크게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요구사항이 정해지면, 설계 단계에서는 만들 제품이 주어진 요구사항을 잘 충족하는지 증명할 수 있는 조건을 정의해야 합니다. (...) 설계란 테스트 계획서를 만드는 것인가?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 테스트는 설계의 서브 개념이거나 설계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제품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은 명시적(외재적) 설계와 암묵적(재재적) 설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누는 기준은 산출물들이 SRS 나 기본 요구사항에 직접 연결되는지 여부입니다.

독학으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개발자의 성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을 교류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빠르게 진행됩니다. (...) 새로운 환경과 업무 그리고 사회에서 적응하는 주니어 입장이라면 회사 밖에서 기술 교류를 하는 것보다 회사 안에서 그리고 업무 자체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단 '프로덕트 잘 만들기' 를 목표로 삼길 제안합니다. (...) 하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프로덕트가 생략된 목표를 설정한 사례는 많습니다.

<<정리하는 뇌>>에서는 머릿속이 정리되면 크게 애쓰지 않아도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주장을 인용하면 본인만의 원칙을 세워 고민거리의 숫자가 빠르게 줄면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번에는 '제어할 수 없는 것에 의존하지 않기 원칙' 을 소프트웨어 코드가 아닌 현실 세계에 적용하겠습니다.

코드를 읽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합니다. 긴 시간을 들여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다보면 중도에 포기하게 됩니다. 전체를 파악해야 조각이 이해되고, 조각이 이해되야 전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코드를 읽고 온전히 파악하려면 코드 그 자체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작성자의 의도와 배경 등 코드의 해석에 필요한 부가적인 정보인 컨텍스트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컨텍스트가 광범위하게 흩어져있다는 겁니다.